지난주 아내와 함께 5년 만에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자체보다 더 까다로운 것은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씨 있는 과일을 피하고, 하루 전에는 철저히 금식하며 속을 깨끗이 비워내는 약을 마셔야 했습니다. 장 안을 온전히 비워내지 않으면 아무리 정밀한 첨단 카메라를 넣어도 숨어 있는 작은 용종이나 미세한 병변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사 당일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해 모든 과정을 주님 손에 맡기며 기도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마취를 받고 잠들었다 깨어나니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습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깨끗합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오랜 세월 묵묵히 제 몫을 해 준 장기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지금까지 건강을 지켜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새삼 감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남은 생애 주님의 일에 더욱 힘쓰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회복실을 나서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육신의 연약함과 질병을 찾아내기 위해 며칠간의 불편과 수고를 감수하며 몸 안으로 내시경을 넣습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내면도 점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겉모습을 꾸미고 포장하는 데 열심을 냅니다. 그러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은 가장 은밀한 영혼의 자리를 살피십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에게는 육체의 내시경과 비교할 수 없는 정밀하고 완전한 영혼의 렌즈가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히 4:12) 말씀은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생각과 숨은 동기까지 낱낱이 감찰합니다.

  내시경 카메라가 장기 구석구석을 비추듯, 말씀의 빛은 우리 마음의 방들을 환하게 밝힙니다. 오랜 세월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시기와 미움, 교만과 탐욕이라는 ‘영적 용종’들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말씀은 영혼 깊숙이 파고들어 곪은 죄의 상처를 드러내고, 우리를 치유하시는 주님의 손길 앞으로 이끌어 갑니다. 하지만 말씀의 내시경 앞에 온전히 서기 위해서는 검사 전 속을 깨끗이 비워내는 준비가 필요하듯, 우리의 심령 또한 날마다 비우는 정결의 과정이 필수입니다. 그러므로 말씀 앞에 설 때마다 내 자아와 고집, 세상의 가치관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말씀의 빛이 내 안의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낼 때 변명하거나 숨기지 말고, 정직하게 인정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질수록 우리는 자신을 비우고 죄를 내려놓습니다. 이런 회개의 작업이 날마다 이어져야 함을 절감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암을 조기에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위장과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셨습니다. 육신의 건강을 위해 일정한 주기로 속을 살피듯,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일 말씀을 펼쳐 내면을 비추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존 번연은 “이 책(성경)이 당신을 죄로부터 지켜 주든지, 아니면 죄가 당신을 이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말씀의 칼날 앞에 내면을 발가벗기는 일은 때로 쓰리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의사의 칼이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듯 하나님의 감찰은 정죄가 아닌 ‘치유와 온전한 회복’을 위한 은혜의 손길입니다. 육신의 내시경은 몇 년에 한 번이면 되지만, 영혼의 내시경은 날마다 필요합니다. 날마다 말씀의 내시경 앞에 서서 그 빛으로 내면 깊숙한 곳까지 살피시기를 바랍니다. 발견된 죄를 회개로 씻어내고, 주님이 주시는 정결함과 참된 평안을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