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참 신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집안에서 가족 간에 자연스럽게 편이 나뉘었습니다. 형과 바로 위의 누나가 한편이 되고, 저와 또 다른 누나가 한편이 되곤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렇게 편이 갈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본능적으로 편을 나누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가 내 편인가?”를 확인합니다. 내 편이면 감싸고 돌보지만,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경계하고 때로는 공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멀리하는 일에 너무 익숙합니다. 죄성을 가진 인간은 틈만 나면 우리 편과 남의 편을 나누고,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공동체에는 ‘우리 편’과 ‘남의 편’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 되어 살아가는 ‘우리’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끊임없이 편을 가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쉼 없이 요구합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고, 사회에서는 어느 집단과 라인에 속했는지를 묻습니다. 사람들은 누구의 줄에 서야 안전한지 눈치를 보고, 누가 실세인지 살피며, 어느 편에 서야 손해를 보지 않을지 계산합니다. 언젠가 한 권사님이 남편을 가리켜 ‘남의 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내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 수 없습니다. 오늘 나를 지지하던 사람이 내일은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인생은 늘 불안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느냐가 아니라, 내가 과연 누구의 편에 서서 살아가느냐입니다.
시편 기자는 고백합니다. “여호와는 내 편이시라 내가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할까”(시 118:6). 사람은 변해도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십니다. 우주를 창조하시고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세상의 권력자가 내 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든든해합니다. 하물며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도움이 되어 주신다면, 이보다 더 큰 든든함은 없습니다. 최종 판결은 사람이 내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승리도 세상의 힘이나 다수가 결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면 세상의 판결은 결코 내 인생의 최종 판결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내 편이시라는 것이 언제나 내가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내가 하나님 편에 서서 사는 것입니다.
믿음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을 내 편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믿음은 내가 하나님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의 혼란 속에서 “나의 가장 큰 관심은 하나님이 우리 편이신가가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편에 서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언제나 옳으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 생각보다 하나님의 말씀 편에 서고, 내 이익보다 하나님의 뜻 편에 서며, 세상의 유행보다 진리의 편에 서시길 바랍니다.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보다 하나님의 편에 서기를 힘쓰십시오. 무엇보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편에 당당히 서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를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우리를 도우시며,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살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