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시계, 군용칼, 은행, 그리고 용병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용병이 유명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위스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경작지가 적어 생계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많은 스위스 청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주는 용병의 길을 택했습니다. 스위스는 용병의 피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랑스 대혁명 때 루이 16세를 끝까지 지킨 사람은 스위스 용병이었습니다. 프랑스 궁전 수비대는 모두 도망갔지만, 스위스 용병만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결국 모두 전사했습니다. 그중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가 도망가서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은 영원히 용병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까지 약속을 지킨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들은 약속과 목숨을 바꾸었습니다. 약속은 말이 아닌 삶으로 하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오늘날 로마 교황청 근위병이 모두 스위스 특수부대 출신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요즈음 아침마다 여호수아서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여리고, 아이 등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런 그가 기브온 사람들의 거짓말에 속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나님께 묻지 않은 경솔함이었지만, 그는 하나님 앞에서 맺은 약속이었기에 기브온 사람을 끝까지 보호했습니다. 약속을 저버리고 그들을 충분히 진멸할 수 있었지만, 여호수아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약속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약속의 책입니다. 구약(Old Testament)과 신약(New Testament)이라는 명칭 자체가 약속과 언약을 뜻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약속이 집대성된 책이며, 그 약속을 지키는 여부에 따라 복과 저주가 결정됩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의 약속, 사람과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는 신앙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약속의 연속입니다. 가족과의 약속, 친구와의 약속, 직장에서의 약속, 자기 자신과의 약속, 하나님과의 약속이 우리 인생을 구성합니다. 약속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번 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약속이 깨지면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갈등 이면에는 약속의 파기나 신뢰의 붕괴가 자리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약속은 우리 신앙을 증명하는 시금석입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 백성의 마땅한 책임이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의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신뢰를 얻고, 신뢰를 얻은 사람은 하나님께 쓰임 받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삶은 하나님을 증언하는 살아있는 설교입니다.
2025년도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하나님과 약속했던 내용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가정을 지키고 가족을 사랑하겠다는 약속,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충성하겠다는 약속, 주일 성수·십일조·선교헌금·봉사의 약속, 나라와 민족, 이웃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약속, 한 명 이상 전도하겠다는 약속은 잘 지켜졌는지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잘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 있다면 남은 한 달을 약속 이행의 기회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신실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는 차고 넘쳤습니다.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본받아 하나님과의 약속, 사람과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신뢰의 사람으로 우뚝 서시길 바랍니다. 남은 한 달이 못다 한 약속을 이루고, 새해를 믿음으로 시작하는 도약판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