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골드 카드’비자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골드 카드 비자는 500만 달러에 판매되는 미국 영주권입니다. 돈 많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트럼프식 이민 정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야심 차게 골드 카드 비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골드 카드에 대한 해외 부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시큰둥하다는 것입니다. 골드 카드는 독재 정권 하에서의 지속적인 번영보다는 미국 내 자유를 중시하는 부유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사업가들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세금 문제나 범죄 피해 등을 염려해 골드 카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공화당원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우려하여 부유한 중국인의 이민에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영주권 장사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신분(Status) 정책은 변하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민자에게 신분 문제는 삶의 전반을 좌우할 만큼 큰 고민거리입니다. 우리는 영주권, 시민권, 이중 국적 등의 문제와 씨름합니다. 신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이 땅에서 어려움 없이 살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바울은 빌립보 교회에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빌 3:20)라는 전혀 뜻밖의 시민권을 제시합니다. 당시 로마 시민권은 최고의 특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는 선언은 단순한 종교적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삶의 궁극적인 방향, 그리고 영원한 소망을 보여 주는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소속된 나라의 시민권자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소속된 곳은 하늘나라입니다. 우리 본향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이며, 우리는 그 나라 백성입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이민을 떠날 사람답게 영원한 하늘나라를 소망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하늘 시민권은 소유가 아니라 정체성입니다. 하늘 시민권을 가진 사람의 삶은 다릅니다. 하늘 시민권자는 이 세상의 소유와 성공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하늘 시민은 예수님처럼 사랑하고 용서하며 섬깁니다. 손해를 보아도 기꺼이 감수하며 희생을 선택합니다. 오늘의 고단함을 내일의 영원한 소망으로 해석합니다. 신앙의 거장 D.L. 무디는 “하늘에 마음이 가 있는 사람은 세상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땅을 떠날 나그네처럼 준비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나그네는 이것저것 얽매이지 않습니다. 지나친 두려움도, 과한 욕심도 내려놓고 삽니다. 늘 장막 걷을 준비를 하며 삽니다. 이 세상이 영원히 거할 곳이 아니라 돌아갈 본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그네는 여행지에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여행지는 잠깐 관심을 두면 됩니다. 하늘 시민권자로서 임시 거주지인 이 땅이 아닌 영원한 하늘나라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기를 소원합니다.
하늘 시민권자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립니다. 이 기다림은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무기력한 체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사는 기다림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유행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하늘의 질서와 가치를 가슴에 품고 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여도, 우리 본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절대 박탈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보장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C.S. 루이스는 “하늘을 목표로 삼으면 땅도 덤으로 얻는다. 그러나 땅을 목표로 삼으면 둘 다 잃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원한 본향을 향한 목표가 우리 삶을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