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인의 “송년에 즈음하면”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가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고/ 모퉁이길 막돌멩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기쁨과 감사, 후회와 반성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그러나 시간의 강에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고, 씻어야 할 것은 깨끗이 씻어내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상황이든지 마무리를 잘 지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2024년 마지막 주일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도 있었고 아쉬웠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감사했던 일들도 있었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이 함께해 주셔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까지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날들도 감사함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성령님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울 사도처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3-14)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미래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동력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가운데 인간만이 유일하게 시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시계를 발명했습니다. 시간의 매듭을 위해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2025년 새해는 달력을 교체한다고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맺는 사람만이 새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전도서 저자는 ‘해 아래 새것이 없다’(전 1:9)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 참된 새것은 없습니다. 단지 새것처럼 보이거나 새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새것은 오직 위로부터, 하나님으로부터만 주어집니다. 하나님은‘내가 새 일을 행하리라’(사 43:19)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는 사람의 시간만이 하나님에 의해 새 시간, 새날, 새해로 엮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구축하고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2025년이 성큼 문밖에 다가와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믿고 새로운 한 해를 선물로 주십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라고 다시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를 변함없이 믿어주시는 하나님의 믿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새해를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유난히도 사건, 사고가 잦았던 2024년이 저물어갑니다. 올해가 가기 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면 남은 시간 동안에 꼭 매듭짓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희망찬 2025년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며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All glory to God and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