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행코팍 길을 걷다가 큰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씩 보던 나무인데, 그 나무가 뿌리가 뽑힌 채 도로에 누워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나무가 서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넘어져 있으니까 엄청나게 컸습니다. 거의 4차선 도로 전체를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도로 쪽으로 쓰러져서 다행이었지, 집 쪽으로 쓰러졌으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쓰러진 나무를 관찰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무의 밑동 둘레가 무척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뿌리 부분은 이상하리만큼 작고 얕았습니다. 나무가 그 자리에서 서 있었던 기간은 분명 오래되었을 텐데,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겨울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뿌리가 뽑혀 쓰러졌던 것이었습니다. 처참하게 드러누워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나무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모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뭄으로 고통 받던 캘리포니아는 이번 겨울비로 인해 완전히 해갈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도로가 파인 곳이 많아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산사태와 침수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 집도 엘리베이터에 물이 차서 손해가 컸습니다. 또 많은 건물이 누수 피해를 보았습니다. 교회 천장도 여러 곳에 물이 샜습니다. 무엇보다 쓰러진 나무를 처리하는 문제가 골칫거리입니다. 우리 집 앞의 쓰러진 나무는 굵은 철사를 이용해 다시 세워 놓았지만, 세울 수 없는 나무들은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문제는 쓰러진 나무를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쓰러진 나무로 인해 시 정부와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쓰러진 나무를 보면서 믿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무는 겨울을 지나 봐야 뿌리를 알 수 있듯, 사람은 환난을 겪은 후에야 평가가 가능합니다. 나무나 사람이나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겉모습보다 뿌리가 중요합니다. 믿음의 뿌리가 얕아서 쓰러지면 공동체에 골칫거리가 됩니다. 바울은 골로새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2:7)고 권면했습니다. 예수님께 뿌리를 내리는 것은 말씀과 기도를 통해 예수님과 교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뿌리를 깊이 내리면, 예수님이 우리를 세워주십니다.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하며 살게 됩니다. 예수님의 생명으로 충만한 삶을 삽니다. 예수님께 뿌리를 깊이 내려 하나님 나라의 유용한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무를 나무 되게 하는 것은 뿌리입니다. 나무의 문제는 뿌리에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도 근본은 뿌리에 있습니다. 문제는 뿌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다가 한 순간에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뿌리를 깊이 내렸는지 늘 살피고 점검하시길 바랍니다. 나무는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릴수록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해 건강히 자랍니다. 우리도 예수님께 깊이 뿌리를 내려야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게 됩니다. 예수님께 뿌리를 깊이 내려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도 요동하지 않는 든든한 믿음의 나무들이 되길 바랍니다. 예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예수 닮은 열매를 풍성하게 맺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바랍니다. 사순절을 보내며, 우리의 관심이 다시 한 번 예수님께 고정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