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서 밤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빨간색 십자가입니다. 빨간색 십자가가 온통 밤을 수놓고 있습니다. 교회가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심장은 성경이고, 성경의 심장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은 십자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말입니다. 십자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통스럽고 잔학한 사형 도구였습니다. 그 사형 도구가 기독교의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심판과 저주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대신 담당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무한히 나타난 곳이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의 넓이와 깊이를 잘 보여 줍니다. 우리 믿음의 중심, 믿음의 본질은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우리 신앙의 참된 증표요 지표입니다.

 

  대부분 종교는 가시적 상징물이 있습니다. 불교는 연꽃, 유대교는 다윗의 별, 이슬람교는 초승달 등입니다. 기독교의 상징물은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를 회피했습니다. 오히려 비둘기, 물고기 문양 등을 상징물로 삼았습니다. 십자가가 중형의 죄인들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형틀이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형은 그 자체로 죄수의 목숨을 끊는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죄수를 극도로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태로 만든 후, 죽을 때까지 내버려 두는 아주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사형 방법이었습니다. 죄인을 향한 심판의 상징이요 저주가 십자가였습니다. 그 잔학함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십자가 이야기만 나오면 밥맛이 떨어지고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그런 잔인한 사형 도구였던 십자가가 영원한 생명과 사랑의 상징이 된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못 박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십자가가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십자가가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공공연히 기독교 상징인 십자가를 대적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9:23) 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를 지지 않고 예수님을 따르려 합니다. 십자가 없이도 예수님을 따를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힘과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십자가 정신을 잃은 결과로 천박해졌습니다. 교회 안에서조차 갈등하고 분열하고 목소리를 크게 냅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다시 붙들고 회복해야 할 정신도 십자가 정신입니다.

 

  교회는 십자가가 전부입니다. 십자가가 시작이고 과정이고 결론입니다. 교회는 제도도 교단도 건물도 아닙니다. 교회는 곧 십자가입니다. 교회는 십자가를 지러 오는 곳입니다. 십자가를 그저 구경하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구경할 생각이라면 집에다 십자가를 걸어 두면 됩니다. 교회는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그분을 만나서 내가 십자가를 져야 할 이유를 깨닫는 곳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를 질 때 오는 영광을 보는 곳입니다. 십자가가 장식품이 아닌 우리 신앙고백이요 자랑거리가 되길 바랍니다. 이 한 주간도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를 축복합니다.